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쟈스민 이진형이 음악과 글쓰기를 오가는 작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두 권의 공저 에세이에 참여하며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문장 안으로 옮겨내고 있다. 공연 중심의 활동을 이어온 아티스트가 짧은 기간 연속으로 출간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출판계와 문화예술계의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이진형은 최근 출간된 공저 에세이 『바다에 스친 초록』에 ‘빌딩을 삼킨 마나도 부나켄’, ‘초록불이 켜지는 순간’, ‘초록 신호등 아래 달리기’ 등 세 편의 글을 수록했다. 앞서 『봄비 아래 벚꽃』에도 작품을 발표하며 산문 작업을 이어왔다. 두 권의 공저는 각각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감정의 움직임과 일상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다에 스친 초록』은 ‘초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에세이집이다. 자연의 색감이나 계절의 이미지에 머무르기보다 변화와 회복, 멈춰 있던 감정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들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진형이 참여한 세 편의 글 역시 장소와 풍경을 배경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빌딩을 삼킨 마나도 부나켄’에서는 낯선 공간 안에서 감각이 재배열되는 과정을 담담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여행지의 풍경을 화려하게 묘사하기보다 공간이 사람의 감정과 기억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에 시선을 둔다. 이어지는 ‘초록불이 켜지는 순간’과 ‘초록 신호등 아래 달리기’에서는 멈춤과 출발 사이의 미세한 심리 변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일상적인 이미지인 신호등을 매개로 삶의 방향과 선택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의 글에서는 연주자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감정을 과도하게 설명하기보다 문장의 리듬과 간격으로 분위기를 만든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교차시키며 음악적 흐름을 형성하고, 감정을 한 번에 쏟아내기보다 여백을 남겨 독자의 해석을 유도한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을 맞춰온 경험이 문장 안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이진형은 전자바이올린을 기반으로 클래식과 대중음악,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왔다. 전자바이올린 특유의 확장된 사운드처럼 그의 작업 역시 장르의 경계를 고정하지 않는다. 음악에서 다 담지 못한 감정을 글로 옮기고, 문장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다시 음악적 이미지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분야 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늘고 있지만, 이진형의 경우에는 표현 수단만 달라졌을 뿐 감정의 결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진다.
출판계에서는 감각적인 문체와 고유한 시선을 가진 창작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짧고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가 일상이 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호흡으로 감정을 기록하는 글에 독자층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진형 역시 공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문체와 서사 방식을 점차 축적해가고 있다. 극적인 사건보다 일상 속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현재 그는 단독 에세이 출간도 준비 중이다. 공저 작업을 통해 쌓아온 기록들을 보다 긴 호흡의 서사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공연이 순간의 감정을 공유하는 예술이라면, 글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독자의 일상 속에서 다시 읽힌다. 최근 이진형이 문장 작업에 꾸준히 몰입하는 배경 역시 이러한 기록의 지속성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쟈스민 이진형은 무대와 문장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음악의 잔향처럼 천천히 번지는 문장들 속에서 그의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