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부가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촬영물과 허위영상물 피해에서 전 연인이나 현재 교제 상대,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의 가해자 비중이 2022년 조사보다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 애인 가해 비율 증가… 피해 인지 경로에도 변화
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를 기준으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의 가해자가 전 애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22년 13.8%에서 2025년 42.5%로 증가했다. 현재 교제 중인 상대방이라고 답한 비율은 10.3%에서 18.1%로, 배우자는 6.0%에서 13.4%로 각각 늘었다.
성추행 피해에서도 가해자가 전 애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6%에서 14.6%로 증가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유포자의 협박'이 이번 조사에서는 주요 피해 인지 경로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다. 이는 피해자가 범행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사례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로 해석된다.
신고율 1.8%… 피해 이후 대응은 여전히 제한적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이후 경찰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였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느껴서'가 가장 많았으며, '신고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증거가 부족해서'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피해자들이 신고 절차나 이후 대응 과정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한다.
초기 대응에서는 증거 확보가 중요
법률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직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이후 법적 절차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화 내용, 촬영을 암시하는 발언, 유포 협박 메시지, 게시물 URL과 계정 정보 등 관련 자료를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삭제 요청이나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연락에 앞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온라인에 게시된 촬영물은 유포 경로를 차단하고 삭제를 지원받는 절차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관계 기관의 삭제 지원 제도와 법률 지원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정선경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피해 영상이나 사진이 언제, 어디에서 다시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크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사실을 인지한 초기 단계부터 증거 확보와 삭제 지원, 법률 대응 등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신고율이 낮게 나타난 점은 피해자 지원 체계와 접근성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평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제폭력 대응 관련 법률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 전 과정에 걸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자료: 성평등부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 도움말: 정선경 변호사(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센터장)















